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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현금보석금제 폐지 1년 후

지난해 9월 일리노이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현금 보석금제도를 폐지했다.    현금 보석금제도는 범죄를 저질러 재판에 회부된 피고인이 재판이 끝나기 전까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현금으로 보석금을 낸 뒤 재판을 받는 제도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보석금을 내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사법시스템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등에서는 돈만 있으면 큰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을 수 있고 유능한 변호사를 통해 무죄까지 받을 수 있는 제도라면서 폐지를 요구한 바 있다. 결국 민주당이 주도한 일리노이 주의회에서는 현금 보석금제도 폐지를 규정한 법안을 가결했고 JB 프리츠커 주지사 역시 이에 승인하면서 일리노이가 미국에서 최초로 현금 보석금제를 없앤 주가 됐다.     물론 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일부 카운티 검사장들이 주도해 현금 보석금제를 없애는 법안 통과 과정이 위법이며 주헌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 발효가 늦어지게 됐다. 이로 인해 당초 발효 예정이었던 2023년 1월1일에서 9개월 가량 늦어진 2023년 9월에서야 법안이 발효될 수 있었다. 2024년 9월은 일리노이에서 현금 보석금제도가 전면 폐지된지 꼭 1년이 되는 시기다.     현금 보석금제 폐지를 앞두고 제기됐던 가장 큰 우려는 자칫 범죄 발생이 급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강력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기 때문에 거리에 범죄자들로 가득찰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일부에서는 현금 보석금 제도가 사라지면 일리노이가 범죄자가 득실거리는 무법천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실제로는 현금 보석금제를 없애면서 구속할 수 있는 범죄의 유형에 공공의 안전에 위협을 끼칠 수 있고 도주의 위협이 큰 것 등으로 규정은 했지만 실제로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아무리 중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사회와 격리되지 않을 수 있고 재판이 진행중인 도중에 다른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적어도 현금 보석금제가 폐지된 후 1년간은 이런 우려대로 상황이 흘러가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로욜라대 형사법리서치센터에서 조사한 결과 각종 수치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우선 범죄를 저지르고 본 재판이 시작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3일 이상 걸리는 경우가 전체의 31%에서 8%까지 떨어진 것이다. 그만큼 유치장에 수감되는 숫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쿡카운티의 경우 재판을 받기 전 구속된 수감자의 숫자는 이전에 비해 14%나 감소했다. 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도중 재판 기일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도 17%에서 15%로 소폭이지만 떨어졌다. 현금 보석금제가 없어지면서 전자발찌 부착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에서도 판례가 쌓이면서 구속과 불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마련되고 있다. 이전 같으면 강력 범죄를 저지르고도 보석금만 내면 즉각 풀려났지만 지금은 구속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레이크카운티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사건이 대표적이다. 한 의사가 부인으로 추정되는 여성에게 주먹을 날리고 발로 구타하면서 칼로 찌르고 방화를 할 것이라고 위협한 사건이었다. 이전 같으면 보석금 수백달러만 내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경범죄인 가정폭력죄가 적용됐겠지민 담당 판사는 구속을 명령했다. 범인이 살인 의도가 있었으며 구속이 아니면 피해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례는 병원에서 퇴근하는 간호사를 위협해  ATM 기기에 가서 현금을 빼앗으려 한 사건이다. 이 범인은 결국 판사로부터 구속 명령을 받았다.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를 골라 강력 범죄를 저질렀고 공공의 안전에 위협을 끼친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이러한 판례들이 축적되면 구속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확립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돈으로 인해서 사법 정의가 구현되기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현금 보석금제가 폐지된지 고작 1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새로운 법이 충분한 효력을 발생하고 있다고 믿긴 어려운 점이 존재한다. 로욜라대학 형사법리서치센터에서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범인이 추후 유사 범죄를 다시 저지르는 경우 등이 확인이 되어야 일리노이 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지만 발효 1년이 지난 현재로서는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연구 보고서의 한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사법 시스템 정비는 소수 인종에게만 가혹하게 적용되는 측면을 고려하면 반드시 손봐야 할 과제다. 우범지역을 중심으로 인해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치안 상황으로 인해 불안함을 느끼는 주민들에게도 개선이 시급한 문제다. 아울러 일부 검사장들이 주장하는대로 급증한 검찰과 법원의 업무를 완화시켜줄 수 있는 보완책도 지체없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현금보석금제 폐지 현금 보석금제도 불구속 상태 경범죄인 가정폭력죄

2024-09-18

재소자 줄고 국선변호사 업무 증가

일리노이 주가 현금 보석금제도를 폐지한 지 6개월이 지난 가운데 약간의 변화가 나타났다. 유치장에 수감된 재소자는 감소했지만 재판 기간은 늘어났다.     일리노이 주는 지난해 전국에서 최초로 현금 보석금제도를 폐지했다. ‘Pretrial Fairness Act’로 불리는 이 법안은 지난해 9월 발효됐는데 도주의 우려가 없고 공공안전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법의 취지는 주요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돈만 있으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경우가 있는 반면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보석금이 없어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고 장기간 걸리는 재판 과정에서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차별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살인과 성폭행 등 중범이 아닌 경우에는 대부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일부에서는 법이 발효되면 범죄자들이 거리에 풀리면서 치안상의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 발효 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그런 현상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구속을 요하는 케이스는 전체의 18%에 해당되는 것으로 쿡카운티 검찰은 파악했다. 이 중 쿡카운티 법원은 60%에 대해서만 구속을 허가했다. 일리노이 전체로 확대하면 구속을 요구하는 검찰의 요구 중에서 약 64%가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또 석방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재판 기일에 출두하지 않아 체포 영장이 발부된 경우는 전체의 10%로 확인됐다.    반면 쿡카운티에 수감된 재소자의 숫자는 눈에 띄게 줄었다. 법이 발효되기 전보다 약 13%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대신 착용하게 되는 전자발찌 착용률도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가석방의 조건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정신질환 치료 등의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점이 보완해야 할 점으로 언급됐다.   또 국선변호사들의 업무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한 예산 확보도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스프링필드에서는 주 전역의 국선변호사들을 지원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밖에 현금보석금제를 폐지한 뒤 이를 지원할 수 있는 Pretrial Success Act도 주의회에서 처리를 앞두고 있다.     Nathan Park 기자국선변호사 재소자 국선변호사 업무 불구속 상태 대부분 불구속

2024-05-02

“무보석 석방 재범률 2.5%”…LA카운티 법원 분석자료 발표

일반의 우려와 달리 LA카운티의 경범죄 무보석 석방 규정, 일명 ‘제로 베일(Zero Bail)’로 인한 재범률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으로 아직 시행되지 않은 검찰 규정과 별개로 이달 들어 집행된 LA카운티 수피리어 법원의 소위 ‘기소 전 석방 프로토콜(PARP)’의 적용으로 법원에서는 10월 초부터 3주 동안 총 5113건 입건 사례 중 1213건에 대한 적부심사가 진행됐다.   법원은 이 중 64%가 구속 상태로 보석금이 부과됐으며 석방된 용의자 중 85%는 저위험군이었으며, 구속 상태에서 인정신문을 대기한 용의자들의 71%가 중상위 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법원 자료에 따르면 3주 동안 보석금 없이 석방된 후 다시 재구속 된 경우는 2.5%에 불과했다. 이 중 50%가량은 중범죄로 다시 입건됐으며 보석금을 낸 후에 석방된 것으로 집계됐다.       검찰 측의 새로운 경범죄 무보석 석방 프로그램은 현재 카운티 내 주요 도시들의 집행 정지 요청에 따라 내달 법원 심리가 속개될 예정이며, 가주 법원이 심리 전 카운티 검찰의 집행 정지 각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상태다.     PARP는 올해 초 카운티 검찰이 추진해온 무보석 석방 규정과는 다른 별개의 프로그램으로 카운티 수피리어 법원이 단독 시행한 것을 이번에 분석 자료로 내놓았다.       수피리어 법원 책임자인 데이비드 슬레이튼 사무처장은 “보석금 지급 능력이 아니라 향후 위험 가능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취한 조치들이 현장에서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3주 동안 중범죄자들에게는 어김없이 보석금이 책정됐고 경범죄의 경우엔 무보석 불구속 재판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법원은 지난 10월 초부터 경범과 단순범죄들에 대해서는 보석금 책정 없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했는데, LA 카운티 셰리프 국장과 관내 10여개 도시 행정 책임자들은 도시의 치안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베일 법원 불구속 상태 법원 자료 내달 법원

2023-10-30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IL 현금 보석금제 폐지를 앞두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일리노이 주의 현금 보석금제 폐지가 다음주로 다가왔다. 당초 일리노이 정부는 1월 1일부터 이를 폐지할 계획이었다. 주의회의 법안 통과와 주지사의 서명까지 마쳤지만 시행을 며칠 앞두고 주 대법원에 위헌 소송이 제기됐고 법원이 심리를 마칠 때까지 시행을 중단하라고 판결함에 따라 적용이 미뤄져 왔다. 최근에야 주 대법원이 합헌이라는 결론을 내림에 따라 오는 18일부터 현금 보석금제도가 전면 폐지된다.   현금 보석금 제도의 폐지를 앞두고 반대론자들은 이를 시행할 경우 범죄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무법 천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묘사한 선거 캠페인 자료가 유권자들 집으로 배달되면서 주민들을 동요시키기도 했다.     보석금 제도의 취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과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재판을 받는 동안 불구속 상태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부유층의 경우 중대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보석금만 지급하면 구속을 면할 수 있고 재판 결과 역시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하면서 무죄를 받거나 형량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에서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저소득층의 경우 보석금을 부담할 수 없어 구속 상태를 면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보석금제 폐지를 통해 사법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리노이의 현금 보석금제 폐지는 이러한 요소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해 뒀다. 보석금제 폐지로 재판은 불구속 상태에서 받는 것이 원칙이 됐지만 예외도 물론 있다. 피의자가 도주 우려가 있거나 공공 안전에 큰 위협이 되는 경우 등은 판사의 재량에 따라 구속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일부에서의 우려와 같이 범죄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공공의 안전에 큰 위협이 되는 경우를 막을 수 있는 장치인 셈이다. 물론 세부 규정 마련을 통해 어떤 범죄가 공공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지 등은 차차 결정돼야 한다.     우선 살인과 강간 등의 강력범이 이에 해당된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범의 경우가 보석금제 폐지로 인해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정폭력범의 경우 다른 중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아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소지가 높다. 예전 같았으면 현금 보석금을 내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겠지만 18일 이후로는 판사의 결정에 따라 구속을 면키 어렵다는 것이다.   보석금제 폐지로 재판의 진행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전까지는 보석금 책정 심리는 본재판에 앞서 약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큰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즉 피의자측에서는 최대한 불구속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보석 여부를 결정하는 심리에 많은 준비를 할 것이 확실하고 이렇게 되면 법원 업무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되고 시일이 걸리게 되면 법원 업무 가중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쿡카운티나 레이크 카운티와 같은 대형 지방 법원은 사정이 낫지만 소규모 지방 법원의 경우 인력 부족이나 심리 지연과 같은 결과가 보석금제 폐지와 맞물려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이 큰 이견 없이 예상하는 보석금제 폐지 후 나타날 수 있는 결과는 수감자 숫자의 감소다. 현재 일리노이에는 약 20만명의 재소자가 교정 시설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는데 이 숫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재소자가 줄어들면 교정 당국의 부담 역시 줄어들게 되고 이를 통해 수감자들에 대한 시설이 나이지고 교정 환경도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리노이 일부 교정 시설의 경우 많이 노후됐고 교정국 직원들의 인력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고령이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수감 생활을 이어가기 힘든 재소자들에 대해서는 조기 석방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석금제 폐지는 수감자 감소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게 된다.   일리노이주는 현금 보석금 제도를 전면 폐지하는 첫번째 주다. 앞으로의 시행 결과에 다른 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다. 시카고는 강력범죄가 만연하다는 이미지가 아직 강하다. 올해 들어 강력 사건 발생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아직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진 않은 상황이다. 이럴 때 현금 보석금제 폐지와 같은 큰 개혁 정책이 실현되면서 공공 안전에도 큰 영향이 예상된다.    다행히 쿡 카운티의 통계 결과는 긍정적인 측면을 비추고 있다. 쿡 카운티는 수년전부터 현금 보석금 시행을 보다 엄격하게 하는 정책을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공공 안전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고 있지는 않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를 통해 일리노이 전역으로 보석금제 폐지를 확대했을 때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일각에서는 보석금제 폐지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관련된 소송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즉 제도 자체는 합헌 결과가 나왔지만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판례를 통해 세부적인 사항은 더욱 견고하게 다듬어질 것이다. 일리노이 주가 전국에서 처음 시행하는 이 제도가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주목된다.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보석금제 현금 현금 보석금제도 보석금제 폐지 불구속 상태

2023-09-13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일리노이 개정 형법 논란

작년 일리노이 주의회에서 통과돼 주지사의 서명을 받아 내년 1월 1일부터 발효되는 개정 형법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Safety, Accountability, Fairness and Equity-Today Law’로 불리는 개정법은 줄여서 SAFE-T법이라고 불린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현금 보석금 제도를 없애는 것이다.     보석금 제도는 말 그대로 죄를 지어 기소된 자가 판사가 정한 보석금을 납부하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과 함께 피의자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돈 많고 비싼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으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었고 이렇게 되면 무죄 혹은 대폭 감형된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개정된 형법에서는 보석금 제도를 없애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단 판사의 판단으로 도주의 우려가 있거나 공공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구속을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법의 시행이 내년 1월로 다가오면서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그리고 이 논란은 11월 중간선거와 맞물려 민주, 공화당 간 치열한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공화당에서 ‘시카고의 범죄가 서버브로 밀려온다'는 내용의 TV 광고 등을 내보내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광고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개정 형법이 더 많은 범죄 발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1월 1일부터 법이 적용되기 시작하면 폭력범들에 대한 의무 석방으로 인해 범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을 대체로 700페이지가 넘는 개정 형법이 매우 복잡하며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다듬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차분한 토론보다는 선거철에 늘상 있어온 흑색, 과잉 선전으로 인해 본질이 희석되고 있다고도 했다.     사실 개정 형법은 2020년 발생한 인종차별 시위로 촉발된 소수계 커뮤니티의 요구로 추진된 점도 없지 않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전국에 인종 차별 시위가 번지자 일리노이 주의회에서도 흑인 사회에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는 형법에 대한 개정 압박이 커진 것이다. 이는 결국 개정된 형법에 반영됐는데 현금 보석금제 폐지가 대표적인 조항이다. 이 밖에도 2025년까지 주 모든 경찰들은 바디 카메라를 부착해야 하는 것도 포함됐다. 또 경찰에 대한 민원 제기도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조항들도 추가됐다. 결국 경찰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강화하면서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요소를 없애는 방향으로 형법이 수정된 것인데 본격 시행을 앞두고 선거철을 맞아 정치 공세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레이크카운티 검사장인 에릭 라인하트는 개정 형법을 지지하는 쪽이다. 라인하트 검사장은 현재 판사와 국선변호사, 카운티 쉐리프 등과 협의해 어떤 피의자를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할 지를 결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라인하트 검사장은 기본적으로 비폭력적인 죄를 저지를 피의자의 경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 보석금 500달러가 없어 재판 기간 내내 구속되어야 하는 상황은 결국 피의자의 재산 정도에 따라 인신 구속이 결정도는 것과 다름 없으며 이는 공평한 형법 적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새로운 형법이 적용된다고 해도 모든 피의자들이 자동적으로 구치소에서 석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검사의 요구와 판사의 결정에 따라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피의자들도 생긴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듀페이지 카운티의 로버트 벌린 검사는 개정 형법 중에서 구체적이지 않은 조항이 많고 실제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많은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촤근 윌카운티 제임스 글라스고 검사장은 주지사와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입법 과정에서 주 헌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공화당의 대런 베일리 주지사 후보 역시 최근 연설에서 “경찰들은 거리로 풀려난 범죄인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을 접하면서 경계 태세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주지사의 유약한 정책으로 인한 개정 형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프리츠커 주지사는 “이제 주요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현금 보석금제가 없어지면서 돈으로 풀려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됐다"고 주장하면서도 형법의 세부 사항이 수정될 수 있음을 밝혔다.      최근 방영된 TV 광고는 납치와 강도, 2급 살인, 가중 음주운전 피의자도 자동 석방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형법 개정에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구속 여부는 판사가 결정한다고 지적했지만 문제의 소지는 다분하다. 도주의 우려를 증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정 형법을 발의한 의원들이 법안을 더욱 구체화하고 다듬을 수 있다고 밝힌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개정 형법은 향후 일리노이 사법 시스템의 기본부터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변화다. 그간 문제로 지적됐던 유력 인사나 돈 많은 범죄자들이 자동적으로 풀려난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허점이 사라질 수 있다. 동시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도중에 추가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폐해도 상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개정법의 불완전성에 합의가 된 만큼 시행 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 신문 뉴스를 사칭한 거짓 정보는 충분히 걸러져야 할 것이다. 선거철을 맞아 사실 관계도 거치지 않는 가짜 뉴스가 돌아다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를 거를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한 시대다.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일리노이 개정 형법 현금 보석금제 불구속 상태

20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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